대한민국 표류기

Posted at 2009/04/02 09:47// Posted in 독서 흔적



"미안합니다만 전 싫습니다. 그렇게 악착같이 경제 동물로 살아서 결혼하고 집 사고 애 놓고 뼈 빠지게 부양하다 빚 갚다가 조금 살 만해지면 불륜을 저지르거나 암 걸려 뒈지는 삶의 한심함이란 그런 관성에서 비롯되는 거라고, 나는 대답해줬습니다."

이렇듯 강렬한 내용으로 글은 시작됩니다. 개인적인 이유로 책을 부여잡고 단칼에 끝내지는 못했습니다. 읽다가 잠시 덮길 반복하며 마지막 장을 덮었습니다.

ozzyz review blog를 운영하는 허지웅씨의 '대한민국 표류기'를 읽었습니다. 그의 글은 줄곧 봐오고 있기에 익숙합니다. 그러나 화면을 통해 보는 것과 그의 글을 한번에 책으로 첨부터 끝까지 읽는 것은 다릅니다. 새롭게 본 듯합니다. 새로운 저자를 만난 듯 신났습니다.



힘없는 사회적 약자라 치부하는 저자이지만, 그의 글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게와 위트는 차고도 넘칩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젊은 글쟁이의 당돌한 글 모음 그 이상입니다. 착착 감기는 그의 글에 웃다 분에 못이기다 말려들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대는 나름의 논리가 있습니다. 정답이 없다에 무게를 두며, 개인마다 상대적인 기준을 댑니다. 그러나 나름의 논리대로 산다고 해서 제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훈장을 주지는 않습니다. 여기 치기어린 20대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치기는 스스로의 못남에서 기인하는 것도 아니고, 불완전함에서 파생된 것도 아닙니다. 현실이란 거울에 비췄을 때 치기란 단어가 어울립니다. 그의 치기는 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그 문제 속에서 오롯이 살려는 정신은 자칫 치기어린 마음으로 치부되어 집니다. 억울하고 슬픈 일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시스템에서 대세가 되지 못하고 부유하고 있는 그의 현실이 '대한민국 표류기'라는 제목에 고스란히 묻어있습니다. 모든 부조리를 처연하게 받아들여 '세상은 원래 그렇지'라고 인정하는 게 진짜 어른이 되는 유일한 길이라 인식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현실 속에서 부단히 사회적 매커니즘을 성찰하는 저자는 이 시대 20대의 아이콘이 되기에 충분 합니다. 솔직히 20대에 이런 생각을 또렷히 가지고 있는 저자에 부러움반 질투 반입니다.

간지나는 인생이 전부이며, 마초라 자신하는 저자에게서 20대의 오라클이나 모피어스를 기대하는 사람이 저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현실에 묻힌 그저그런 삶의 고리를 끊고, 찌질대는(?) 저자, 객관화 된 시선을 가지며 그의 생각을 글로 감칠맛나게 풀어내는 허지웅씨는 삶에 치여 사는 오늘의 20대에게 간지가 뭔지 제대로 보여줍니다. 진중함과 유머가 서로를 드높여 무게감과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그의 글 앞에서 떳떳하지 못했던 몇 일 이었습니다. 삶은 선택의 문제라고 하나 무엇이 정답인지 알고 있지만 오답을 선택하는 나약함과 무관심에서 비롯된 방임은 현재 명박호의 큰 식량고임은 분명합니다.

살아간다는 관성의 절박함 뒤에서 안도하는 이 시간이 부끄럽다 생각되어 질때 이 책은 가슴 벅차게 다가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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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02 14:42 [Edit/Del] [Reply]
    잘 보고 갑니다.

    나는 어떨까 생각해봐도, 이건가-저건가- 싶다가 결론은 잘 모르겠다 입니다.

    절박함과 안도감 그 어느 중간에서 헤매다가, 긴장이 풀려늘어질 때 읽어보면 좋을까....하고 생각해봅니다.

    기억의 한 곳 구석에 갈무리 해두어 봅니다.
    • 2009/04/03 09:56 [Edit/Del]
      저도 요즘들어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자본론 관련된 책을 읽고 있는데..
      이 책과.. 추방과 탈주 그리고 케인즈 학파의 경제론까지..가세해서..
      정신이 몽롱합니다.

      네 몽롱하다는게 맞을 겁니다.
      매트릭스 속에 살며 약 한알 먹은 느낌이랄까요?
  2. 2009/04/02 16:23 [Edit/Del] [Reply]
    우연한 기회로 어제 관객모독이라는 연극을 보았는데요
    너무 어렵더라구요, 이 책도 그런 느낌입니다..ㅎㅎ
    • 2009/04/03 09:57 [Edit/Del]
      ㅋ 이 책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어렵다 느끼신건 제 부족한 서평 때문일 듯하고..
      실제 책은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
  3. 2009/04/02 18:12 [Edit/Del] [Reply]
    다 읽지 못했지만 조금 봤는데.....
    진짜 부러움반! 질투반이었습니다...
  4. 2009/04/03 10:35 [Edit/Del] [Reply]
    출간 석 달 되고. 요새 자기 운명을 찾아가는 책인듯
    리뷰가 곳곳에서 보입니다.
    1월에 서점에서 슬쩍 훑어보고 내려뒀는데
    다시 관심가지고 읽어봐야겠어요
    • 2009/04/03 10:54 [Edit/Del]
      네 요즘 위드블로그에서도 리뷰를 하구 말이죠.
      좋은 글은 주목을 받기 마련인가봅니다 :)
      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전 ^^
  5. 2009/04/03 12:21 [Edit/Del] [Reply]
    이사람 블로그 저두 몇번 가봤는데요. 신해철, 이외수 뭐 그런분들이~~ 오버랩,,,아닌가?? ^^;;
    • 2009/04/06 10:44 [Edit/Del]
      오 이외수 선생님의 레벨까지요? ㅋ.. 전 그냥 정신 똑바로 차린 글 잘 쓰는 20대정도던데요 ㅋㅋㅋ 개인적으로 이외수 선생님을 존경하는 고로.. 선생님의 반열까지는 ㅎㅎ
  6. 2009/04/06 18:32 [Edit/Del] [Reply]
    안녕하세요. 위드블로그 도서 캠페인 담당자 새우깡소년 입니다.
    <대한민국 표류기> 베스트 리뷰어로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재미난 리뷰에 많은 것을 얻고 갑니다. 저도 기회되면 읽어봐야겠네요.
    너무나도 꼼꼼한 리뷰와 내용,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재미난 리뷰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행복하세요.
    • 2009/04/07 09:41 [Edit/Del]
      아 감사합니다. ^^

      근데.. 저번 모범 소설도 그렇고 이번 대한민국 표류기도 그렇고..
      위드블로그에선 베스트인지 여부가 나오지 않네요.. ㅋ

      제가 쓴 리뷰는 베스트 리뷰에서 필터링 되나요? 껄껄~~~
      다른 책들은 다 표시가 되는데.. 유독 제가 걸린 책은 나오지 않아서요 흐흐
  7. 2009/04/21 11:41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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